함께 드리는 감사

시애틀의 가을은 참 아름답습니다.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단풍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줍니다. 걷는 길마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려 떨어질 때면, 마치 하늘에서 색색의 비가 내리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물론, 이 계절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비가 자주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시애틀에 정착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저 같은 초보 거주자에게는 그 마저도 단풍과 어우러져 가을의 운치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2025년이 어느덧 저물어가고, 우리는 또 한 번의 추수감사절을 맞이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유난히 자주 말하게 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감사’입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의 삶에 함께 했던 하나님의 손길을 되새기게 됩니다. 기쁨의 순간에도, 슬픔의 순간에도, 하나님은 늘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성경을 보면 ‘감사’란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그 감사를 잘 들여다보면, 개인의 고백을 넘어 공동체의 고백으로 하나님께 드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이후 광야를 지나는 동안에도, 그리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도 함께 모여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렸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 역시 날마다 모이기를 힘쓰며 집에서 떡을 떼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했습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감사도 기쁨과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고백으로 머물 때보다는, 가족들과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고백할 때 그 의미와 감동은 더 커집니다. 감사는 개인의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우리 가정과 공동체는 더욱 풍성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감사의 고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때로는 위로와 희망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인 감사를 넘어서 공동체적인 감사 고백은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을 올려드리는 아름다운 예배가 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골로새서 3:15에서 “너희는 또한 감사하는 자가 되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 속에서 ‘감사하는 자’는 단순히 개인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감사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부르심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수감사절 주제는 “함께 드리는 감사”입니다. 주변을 둘려보십시오. 감사해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모든 감사의 영광을 받으셔야 할 한 분, 우리 주님이 계십니다. 우리가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그 은혜를 함께 고백하고 나누며, 공동체로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이 절기가 감사의 나눔을 통해 더욱 풍성하기를 소망합니다.

Previous
Previous

감사하지 않을 때

Next
Next

친절을 베푸세요, 모두가 아프니까요